당신은 부드럽고 은은한 아메리칸 커피가 좋은가요, 아니면 강렬하고 쓰디쓴 에스프레소가 좋은가요? 그럼 영화는 잔잔하고 감동적인 멜로드라마를 좋아하나요, 아니면 뒤에서 다가와 갑자기 우리를 덮치는 공포영화를 좋아하나요?
공포영화, 바야흐로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서 다시 서늘하고 오싹한 공포영화의 계절이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주에 하나 둘씩 개봉작 리스트에 새로운 공포영화들이 끼어있네요. 한여름 밤, 어둡고 잘 냉방된 극장이나 거실에서 푸르스름한 영상을 뚫고 갑자기 나타나는 무서운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서늘한 느낌을 들게 합니다. 그럼 왜 공포영화를 보면 우리는 시원하고 오싹한 느낌을 받을까요?
공포 반응은 사실 원시시대부터 우리의 생존을 위해 뇌에 갖추어진 비상경보 시스템의 작동입니다. 갑자기 호랑이를 만났다고 상상해보죠. 이 때 우리의 뇌는 비상경보 시스템을 작동시켜 호랑이와 싸울 것인지 도망갈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소위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입니다.
자, 이제 우리 뇌는 아주 바빠집니다. 우리 뇌
의 깊은 곳, 아몬드처럼 생긴 송과체(amygdala)는 지금의 공포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고 대뇌 피질과 함께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대처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에 발맞추어 시상하부 (hypothalamus)는 자율신경계에 명령을 내려 몸을 전투 체제로 전환시키고요. 이렇게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온 몸에 변화가 시작됩니다. 동공은 커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집니다. 온 몸에 털이 곤두서고 팔다리에 근육이 솟으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됩니다. 이런 반응들은 사실 근육에 모든 힘과 혈액을 집중시켜, 맞서 싸우거나 빨리 도망가기 위한 몸의 기전입니다. 땀은 이렇게 심한 운동에 따른 열을 식히기 위해 많이 분비되는 것이죠.
그러나 공포영화를 볼 때에는 우리 옆에 실제 호랑이는 없습니다. 뇌는 위급 상황이라며 전투 명령을 내렸는데 몸은 심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결국 우리 몸에서는 근육 운동과 열 발생 없이 땀만 많이 나고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므로 땀이 식으면서 오싹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된다.
그럼 이렇게 공포영화를 보면서 무더운 여름을 나는 것은 우리 건강에 좋은 것일까요? 정답은 ‘그때그때 달라요’ 아니, ‘사람마다 달라요’ 입니다. 각자 입맛에 따라 커피 취향이 다르듯이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이는 송과체의 예민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뇌영상 연구를 해보면 공포영화를 잘 보는 사람은 놀람과 무서움에 대한 송과체의 반응이 크지 않습니다. 이들은 무딘 송과체를 자극시키기 위해 더 무섭고 강렬한 것을 원하죠. 반대로 공포영화를 끔직히 싫어하는 사람의 송과체는 조그만 자극에도 매우 민감합니다. 예민한 송과체는 평소에도 잘 놀라고 피곤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극을 싫어하는 것이죠.
결국 송과체가 무딘 사람은 적절한 각성과 자극을 위해 공포영화 매니아가 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신체나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하지만 송과체가 예민한 사람은 공포영화 포비아가 생겨 점점 더 공포영화를 싫어하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억지로 공포영화를 보게 하는 것은 건강에 좋을 리가 없습니다. 싫어하는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작용이 길어져서 우리 몸과 마음은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죠.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여러 스트레스 질환과 우울증, 불안증의 원인 중 하나니까요.
자, 여름이라고 해서 싫은데 억지로 공포영화를 볼 필요는 없겠죠? 여러분 나름대로 자기가 좋아하는 피서법을 한 번 찾아보세요. 여러분들을 위한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건강 지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발바닥이 아프면 신장이 안좋은걸까요? (0) | 2017.03.16 |
|---|---|
| 당뇨병 증세없으면 치료 안해도 될까요? (0) | 2017.03.16 |
| 우리 아이가 평발일까요? (0) | 2017.03.16 |
| 천식환자는 운동을 한다? 못한다? (0) | 2017.03.16 |
| 통풍은 아플때만 조절하면 될까요? (0) | 2017.03.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