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을 원하는 여성분들을 상담하면서 경구용 피임제를 피임방법으로 권유하면, 많은 여성분들이 “경구용 피임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는데요?”라며 먹기를 꺼려한다. 과연 살이 찌는 약일까? 이런 경우는 산부인과 전문의의 권유보다 주변 친구, 아니 본인의 경험을 더 확신하는 것 같다.
경구용 피임약은 전 세계적으로 약 7,600만명의 여성이 사용하고 있는 가장 효과적인 가역성 피임법이다. 경구용 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황체호르몬이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 작용함으로써 배란을 억제해 임신을 막는 방법이다. 보통 21일을 복용하고 7일을 쉬는 방식으로 복용을 하는데 경구용 피임약은 불임수술, 자궁내 장치, 콘돔 사용 등 기존의 여러가지 피임법 중 실패율이 가장 낮다.
경구 피임제의 편리함, 안전성, 효율성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이 경구 피임제를 복용하기를 원치 않은데,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면 살이 찐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예전에 호르몬 함량이 많았던 피임약을 복용했을 때 수분 저류와 식욕증가로 체중증가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었다. 또한 피임약 성분 중의 하나인 합성 황체호르몬이 체내의 수분과 나트륨이 체외로 배출되는 것을 억제함으로써 부종, 체중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피임약과 체중 증가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어왔는데, 저용량의 피임약을 복용하는 49명의 건강한 여성을 비교해 본 결과 복용 전후에 있어서 체내 지방, 수분 함유율, 허리와 엉덩이 비율 등이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조군과의 비교에서도 체중의 증가는 보이지 않았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경구 피임약과 체중 증가에 대한 570개 연구를 종합한 코크런(Cochrane) 분석에 의하면 경구 피임약이 체중 증가와 관련 없음을 보고되었다. 이와 더불어 체중 증가의 두려움으로 경구 피임약을 끊은 경우에도 체중의 차이가 없었음이 보고되었다.
최근에는 기존 피임약의 한 성분인 합성 황체호르몬을 생체호르몬과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가진 드로스피레논(Drospirenone)으로 사용한 피임약이 시판되었다. 드로스피레논을 사용한 피임약 연구에서는 기존 피임약과 유사한 피임효과를 보이는 것과 동시에 6개월 투여 후 0.7~1.7㎏의 체중 감소를 보이며, 이러한 체중 감소는 12개월까지 계속되다가 24주부터는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고하였다. 이에, ‘살찌는 피임약이 아닌 살 빼는 피임약이라는 편견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피임제의 체중 감소 효과는 더욱 장기적인 연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피임은 건강하고 안전한 성생활을 위한 것인데, 피임약의 잘못된 상식과 복용방법으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피임약은 건강한 여성이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이지만, 나이, 흡연 여부, 그 외 내과적 질환 여부 등을 고려하여 본인에게 적합한지를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안전하다. 그래서 단순히 피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관리하는 차원의 부인과적 상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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