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방송국의 대표적인 예능프로에서 3~40대 남성 연예인들이 본인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공개하며 대결을 펼친다. 불과 0.1 차이로 승패가 갈리고, 높은 호르몬 수치를 보인 당사자는 우쭐해 하고, 낮은 쪽의 좌절감과 이런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우려 섞인 시선이 방송을 통해 나간다. 왠지 남성호르몬이 높으면 건강한 남성, 강한 남성을 증명해주는 거 같고, 젊음을 상징해주는 지표처럼 여겨진다. 과연 그럴까? 미리 정답을 이야기한다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남성호르몬이라 부르는 ‘테스토스테론’은 주로 남성의 고환에서 생성되는 성호르몬으로서 여성의 난소에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어 여성으로서의 모습과 건강을 유지해 주듯이 남성다운 모습을 유지해주고, 남성으로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준다. 보통 25세 경에 최고로 높은 테스토스테론 치를 나타내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나, 여성의 폐경기처럼 호르몬 분비가 중단되지 않고 평생 유지되는 특성을 나타낸다.
보통 총 테스토스테론 3.5ng/ml를 기준으로 하여 이보다 혈청 테스토스테론 치가 저하되어 있으면서 남성갱년기 증상을 나타내는 경우를 우리는 ‘남성갱년기’(testosterone deficiency) 라고 정의한다. 노화에 따른 점진적인 테스토스테론 생산의 감소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중의 하나이지만, 기준 이하로 테스토스테론 생성이 감소하게 되면 여러 남성갱년기 증상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렇다면, 남성갱년기 증상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 보통 성적 증상, 육체적 증상, 정신적 증상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은 증상들이 대표적인 남성갱년기 증상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남성 갱년기 증상은 그저 노화 증상의 일부로 간주되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 여러 연구들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치의 저하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및 비만으로 대표되는 대사증후군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여러 원인으로 인한 사망률과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중년 및 노년 남성들의 건강한 삶에 있어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남성 갱년기는 얼마나 흔하게 찾아오는 질환일까? 대한남성과학회에서 2010년 전국 40대 이상 2000여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시행한 남성갱년기 유병률 조사 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 남성갱년기 유병률은 28.4%로 나타났으며,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가 24.1%, 50대 28.7%, 60대 28.1%, 70대 이상 44.4%로 연령에 따라 그 유병률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는 나이가 든다고 해서 모두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젊다고 해서 항상 높은 테스토스테론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다.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이나 음주·흡연, 과도한 스트레스 등은 테스토스테론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성갱년기 유병률 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40~50대의 유병률이 60대와 비교하여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 것은 40~50대 직장인들이 처한 여러 상황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책임이 커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밖에 없고,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시기이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본인 위주의 규칙적인 건강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어려운 현실, 음주와 흡연을 즐기는 문화 등이 연령에 비해 높은 남성갱년기 유병율의 원인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남성갱년기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면, 병원에 내원하여 혈청 테스토스테론치 측정을 먼저 시행해보는 것이 좋다. 혈청 테스토스테론 생성은 일중 변동을 나타내는 특성이 있어 혈중 테스토스테론치가 가장 높은 오전 시간에 채혈을 하는 것이 좋다. 이러한 테스토스테론치의 일중 변동은 젊은 남성에서 더 확실하게 나타나고, 60세 이상의 남성에서는 이른 오후에 측정을 하더라도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스토스테론치가 3.5ng/ml 미만이면서 앞서 언급한 남성갱년기 증상들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을 치료방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환자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남성갱년기 진단 후 대체로 본인이 운동을 하지 못해 살이 쪘고, 음주와 흡연을 많이 한 것이 원인인 거 같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다. 한발 더 나아가 규칙적인 운동과 절주, 금연 등을 먼저 시행해보고 남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행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체중 조절을 하고, 금주, 금연 및 식생활 조절 등을 통해 몸의 변화를 가져올 수만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혈청 테스토스테론의 저하와 그로 인한 증상은 단기간의 운동과 건강 생활 실천으로 개선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1년여에 걸친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 조절이 동반되었을 때 의미있는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상승을 가져온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남성호르몬 저하로 증상이 극명하게 나타난 갱년기 환자의 경우, 대체로 활력이 감소되어 있고, 정서적으로 경도의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아 머리로 이해하고 계획을 세우더라도 이를 직접 실천으로 옮기는 에너지 자체가 고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에 본격적인 약물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스스로 운동과 식생활 개선을 통해 질환을 이겨내도록 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에는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호르몬 보충요법을 설명하고 치료를 시작함과 동시에 운동요법, 식이생활 조절 등을 병합하여 시행하도록 유도한다. 실제 호르몬보충을 통해 치료 초기에 에너지를 되찾고 활력을 얻은 환자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운동과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어 호르몬 치료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예를 많이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보통 호르몬 치료제는 경구용 약제, 경피용 겔 제재, 단기 및 장기 지속 주사제 중에 환자의 상황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여 시행하게 되고, 보통 3~6개월 이상 꾸준히 시행하면서 그 효과 및 부작용을 판단하여 호르몬 치료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얼마나 오래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의 경우에는 수년에 걸쳐 장기적으로 치료받아도 큰 문제가 없음을 여러 연구들을 통해 입증이 되었고,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치료 효과가 나타나 유지가 잘 되고 있다면, 잠시 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증상이 발생하거나 치료가 필요할 때 다시 시작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아무리 장기간의 치료의 안정성이 입증되었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짧은 치료 기간으로 최대의 치료 효과를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적극적인 운동요법과 식생활 개선의 병합을 통해 신체의 변화를 단기간 내에 가져온 환자의 경우 3~6개월 간의 비교적 짧은 남성호르몬보충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그 효과를 지속할 수 있지만, 약물 치료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모든 약물 치료가 그렇듯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에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에 의한 처방과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수적이다. 고령의 환자의 경우 호르몬 치료로 인한 혈색소 증가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혈색소가 증가하면 혈액의 점성이 증가하여 심장의 부담을 주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혈액검사를 시행하여 혈색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에는 치료 용량을 감량하거나 잠시 치료를 중단하는 방법 등을 고려해야 한다.
또 전립선에 대한 확인이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는 환자에서 반드시 필요한데, 특히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남성호르몬치료가 전립선암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치료 전 전립선특이항원 (PSA) 수치를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시 직장수지검사나 전립선초음파검사 등을 시행하여 전립선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를 시행하게 되면 중간에 PSA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치료 초기에 잘 나타나므로 PSA의 상승이 단순한 일시적 상승인지 전립선암과 관련된 상승인지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사춘기 시절 남성호르몬의 급증으로 여드름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일부 환자에서 갑작스런 외부의 남성호르몬 공급으로 인해 여드름과 같은 피부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평소 수면 무호흡증과 코골이가 심한 환자의 경우에서는 호르몬 치료로 인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료 전 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간혹 보디빌더처럼 근육을 단련해야 하는 운동선수들이 근육량을 늘리고 강화시킬 목적으로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남성호르몬제재를 복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치가 정상인 젊은 남성이 근육을 키울 목적으로 과도하게 남성호르몬 보충을 시행하게 되는 경우 부작용들은 물론이거니와 불임의 위험성에 직면하게 된다. 고환은 크게 남성호르몬 생성과 정자 생성의 두가지 역할을 하는데, 외부에서 남성호르몬이 과도하게 체내로 유입되게 되면 우리 몸의 음성 되먹이기(negative feedback) 과정에 의해 고환의 정자생성 능력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실제 남성호르몬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가 무정자증에 이른 젊은 남성들에 대한 케이스가 종종 보고되곤 한다. 뭐든지 과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남성호르몬 수치는 무조건 높은 것이 좋은 것일까?
어떤 사람은 밥을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이 있다. 남성호르몬의 경우를 여기에 바로 대입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만으로도 정상적인 남성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유지해야만 정상적인 남성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는 최근 여러 연구들을 통해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을 실제로 일으키게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테스토스테론 수용체의 활성도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으로 설명되고 있다. 즉, 사람마다 테스토스테론치의 정상 범주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성욕도 떨어지고 발기력도 예전 같지 않고, 늘 피곤하고 활력을 잃고 짜증만 늘어가는 데도, ‘나이가 들어 그렇겠지’ ‘크게 불편한 것도 없는데’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지 말자. 간단한 검사와 간편한 처방으로 삶의 질과 건강한 생활을 동시에 되찾을 수 있는 방법이 가까이에 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남성갱년기에 대해 알게 되었다면, 남성으로서 나는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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